누군가 저에게 "취미가 뭐예요?"라고 물으면 저는 늘 뒷머리를 긁적이며 대답을 회피하곤 했습니다. "그냥... 유튜브 봐요.", "잠자는 거 좋아해요." 이런 대답들은 사실 취미라기보다는 '시간을 죽이는 방식'에 가까웠죠. 퇴근 후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멍한 시간들. 그 시간들이 쌓여 제 인생은 점점 무채색으로 변해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억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인생의 주인공이 나인데, 왜 나는 나를 즐겁게 하는 방법조차 모르고 살고 있을까?'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이름하여 '일주일 취미 7개 만들기 챌린지'. 매일 퇴근 후 딱 1시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분야에 몸을 던져보기로 한 것이죠. 취미가 '없던' 사람이 취미를 '골라 잡는' 사람이 되기까지, 그 파란만장했던 7일간의 기록과 깨달음을 밀도 있는 이야기로 풀어냅니다.

1. "무엇을 할 것인가?" - 취미 없음의 감옥에서 탈출하기
첫 번째 난관은 의외로 '선택'이었습니다. 취미가 없던 사람에게 "하고 싶은 걸 해봐"라는 말은 망망대해에 뗏목 하나 띄워놓고 "가고 싶은 곳으로 가"라고 하는 것과 같았죠. 평소 아무 생각 없이 살았기에 내가 무엇에 흥미를 느끼는지조차 몰랐습니다.
저는 일단 '돈 안 들고, 집에서 바로 할 수 있는 것' 위주로 리스트를 짰습니다.
월요일: 펜 드로잉 (준비물: 굴러다니는 볼펜, 이면지)
화요일: 홈트레이닝 (준비물: 요가매트, 유튜브)
수요일: 오일 파스텔 (준비물: 다이소 가성비 세트)
목요일: 명상과 일기 (준비물: 노트, 펜)
금요일: 원팬 파스타 요리 (준비물: 냉장고 속 재료)
토요일: 스마트폰 사진 촬영 (준비물: 휴대폰 카메라)
일요일: 디지털 드로잉 (준비물: 태블릿)
리스트를 작성하는 것만으로도 묘한 긴장감이 생겼습니다. 그동안 "시간이 없어서 못 해"라고 했던 말들이 사실은 "무엇을 할지 고민하기 귀찮아서 안 해"였음을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취미를 만든다는 것은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나를 즐겁게 할 '목록'을 만드는 일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첫날 깨달았습니다.
2. 고통과 몰입의 한 끗 차이: 몸소 부딪히며 느낀 리얼한 변화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는 '적응기'였습니다. 특히 화요일의 홈트레이닝은 고통 그 자체였죠. 평소 운동 담을 쌓고 살던 제게 20분의 타바타 운동은 취미라기보다 '고문'에 가까웠습니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을 때, "내가 왜 사서 고생이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습니다.
하지만 반전은 운동이 끝난 후에 찾아왔습니다.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을 때, 평소 스마트폰을 볼 때 느끼던 '찝찝한 피로'가 아니라 '개운한 성취감'이 온몸을 감쌌습니다. 수요일에 했던 오일 파스텔 드로잉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손가락에 꾸덕한 파스텔이 묻고 종이 위가 엉망진창이 되었지만, 색을 섞는 행위 자체에 몰입하다 보니 회사에서의 스트레스가 신기하게도 증발해 버렸습니다.
우리는 흔히 취미가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진정한 즐거움은 '낯선 고통을 견디고 몰입의 구간에 진입했을 때' 찾아옵니다. 서툰 솜씨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땀 흘려 몸을 움직이는 과정은 뇌의 도파민 체계를 완전히 새로 고침해주었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에서 "나는 오늘 20분간 나 자신을 이겨낸 사람"으로 정체성이 바뀌기 시작한 지점입니다.
3. 가장 큰 장벽은 시간이 아니라 '시작의 문턱'이었다
챌린지 중반인 목요일과 금요일, 최대의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업무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은 날이었죠. "오늘 하루만 쉴까?"라는 유혹이 강렬했습니다. 이때 저를 지탱해준 것은 '딱 10분만' 법칙이었습니다. "10분만 해보고 정 안 되면 바로 자자."
목요일의 명상과 일기 쓰기는 그렇게 10분으로 시작해 40분이 되었습니다. 머릿속을 부유하던 부정적인 생각들을 종이 위에 쏟아내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금요일의 요리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귀찮음을 무릅쓰고 재료를 썰기 시작하자 도마 소리가 경쾌한 리듬으로 다가왔고, 내가 만든 음식을 처음 한 입 먹었을 때의 만족감은 배달 음식과는 비교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시간이 없어서 취미를 못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번 실험을 통해 확실히 알게 된 건, 문제는 시간의 양이 아니라 '시작하기까지의 심리적 저항'이라는 사실입니다. 10분이라는 낮은 문턱을 설정하자 뇌는 방어 기제를 풀었습니다. 일단 시작하면 우리 몸은 관성에 의해 계속 나아가게 되어 있습니다. 취미는 거창한 장비나 긴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니라, '일단 의자에서 일어나는 용기' 하나면 충분했습니다.
4. 일주일 후, 내 일상을 가득 채운 '삶의 채도'
일요일 밤, 태블릿으로 마지막 디지털 드로잉을 마쳤을 때 저는 벅찬 감동을 느꼈습니다. 일주일 전만 해도 무기력하게 침대에 누워있던 제가, 이제는 7가지나 되는 즐길 거리를 가진 사람이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주일간의 챌린지가 남긴 것들]
첫째, 하루의 밀도가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퇴근 후 시간이 그냥 흘러가 버렸다면, 이제는 각 시간마다 이름이 생겼습니다. 1시간의 몰입은 5시간의 스마트폰 시청보다 훨씬 더 깊은 휴식을 주었습니다.
둘째, 나 자신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습니다. "나는 원래 이런 거 못 해"라는 말 대신 "이것도 한 번 해볼까?"라는 질문이 먼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셋째, 일상의 관찰자가 되었습니다. 사진 찍기 취미를 했던 토요일 이후, 출근길에 피어난 꽃 한 송이, 하늘의 구름 모양 하나도 예사롭지 않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취미는 단순히 시간을 때우는 행위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를 닦는 작업이었습니다. 매일 다른 취미를 시도하며 제 안의 숨겨진 재능과 선호도를 발견했고, 그 과정에서 '나'라는 사람을 다시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마무리: 당신의 일주일에도 7가지 색을 입혀보세요
"나는 취미가 없어."라고 말하는 분들에게 꼭 전하고 싶습니다. 당신에게 취미가 없는 건 재능이 없어서가 아니라, 아직 당신을 설레게 할 대상을 만나지 못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 만남은 침대에 누워서는 절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거창한 장비를 사지 마세요. 대단한 목표를 세우지도 마세요. 그저 오늘 저녁 딱 10분만, 평소에 안 하던 짓(?)을 해보세요.
낯선 음악 찾아 듣기
손글씨로 편지 쓰기
눈 감고 조용히 호흡하기
근처 공원 한 바퀴 돌기
이런 사소한 시도들이 쌓여 당신의 일주일을 채우고, 결국 당신의 인생을 바꿀 것입니다. 인생은 우리가 무엇을 소유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경험하느냐로 결정됩니다. 지금 당장 메모장을 켜고 당신만의 '일주일 취미 리스트'를 적어보세요. 일주일 뒤, 당신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새로운 시작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