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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다른 취미를 해보니 내가 몰랐던 나를 발견했다

by 검은사제 2026. 3. 27.


우리는 평생을 '나'와 함께 살아가지만, 정작 내가 어떤 사람인지 완벽하게 아는 경우는 드뭅니다. 대개는 "나는 이런 걸 싫어해", "나는 원래 이런 성격이야"라는 말로 스스로를 좁은 울타리 안에 가두곤 하죠. 저 역시 그랬습니다. 변화보다는 안정을, 모험보다는 익숙함을 선택하며 살아온 평범한 직장인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제 일상이 너무나 무채색이라는 사실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거울 속의 나는 내가 만든 편견의 감옥에 갇혀 시들어가는 것 같았죠. 그래서 무모한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일주일간 매일 다른 취미 도전하기'. 거창한 실력을 쌓기 위함이 아니라, 오직 '나'라는 사람의 반응을 관찰하기 위한 탐험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일주일이 끝났을 때, 저는 제가 전혀 몰랐던 낯선 나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매일 다른 취미를 해보니 내가 몰랐던 나를 발견했다

 

1. "나는 정적인 사람이야"라는 착각이 깨지던 순간


첫날, 저는 평소 제 성향에 맞을 법한 '차 마시기와 명상'을 선택했습니다. 조용하고 차분한 시간을 즐기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몸이 근질거렸고, 머릿속은 온갖 잡념으로 가득 찼습니다. 오히려 지루함이 스트레스로 다가왔죠.

반전은 둘째 날에 찾아왔습니다. 평소 가장 기피하던 '고강도 인터벌 운동'에 도전한 날이었습니다. 운동신경이 없고 땀 흘리는 것을 싫어한다고 생각했던 저는, 의외로 거친 숨을 몰아쉬며 한계를 몰아붙이는 과정에서 말할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느꼈습니다.

심장이 터질 듯 뛰고 근육이 비명을 지르는 순간, 오히려 머릿속은 그 어느 때보다 명료해졌습니다. "아, 나는 정적인 사람이 아니라, 강렬한 자극을 통해 살아있음을 느끼는 에너지가 내재된 사람이었구나." 스스로를 '차분한 사람'으로 규정하며 억눌러왔던 열정과 역동성을 발견한 첫 번째 순간이었습니다. 우리가 믿고 있는 성격은 어쩌면 환경에 의해 학습된 '가면'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2. '똥손'이라는 낙인 속에 숨겨졌던 창작의 즐거움


셋째 날과 넷째 날은 창의적인 활동에 집중했습니다. 저는 학창 시절부터 미술 시간만 되면 작아지던 전형적인 '똥손'이었습니다. 그래서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 자체를 원천 차단하며 살아왔죠. 이번 챌린지에서는 '오일 파스텔 드로잉'과 '가죽 공예'를 선택했습니다.

처음 파스텔을 쥐었을 때, 손에 묻어나는 꾸덕한 질감에 거부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해진 답 없이 색을 섞고 문지르며 종이를 채워나가는 과정에서, 결과물과 상관없는 원초적인 즐거움이 샘솟았습니다. 멋진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고 오직 색깔의 조화에만 집중했을 때, 제 안의 어린아이가 신나게 놀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가죽 공예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하며 가죽이 지갑의 형태를 갖춰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디지털 세상에서는 느낄 수 없던 '물질적 성취감'을 주었습니다. 저는 제가 손재주가 없는 사람인 줄로만 알았는데, 사실은 '과정의 디테일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를 떠나, 무언가를 직접 빚어내는 행위 자체가 주는 치유의 힘을 처음으로 경험한 것입니다.

 

3. 귀찮음이라는 거대한 장벽 뒤에 숨겨진 보물들


챌린지 중반을 넘어서자 체력적인 한계와 귀찮음이 몰려왔습니다. 다섯째 날, 퇴근 후의 저는 소파에 늘어져 "오늘만 쉴까?"라는 유혹에 시달렸습니다. 그때 시도한 취미는 가장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직접 정찬 요리하기'였습니다.

평소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던 저에게 식재료를 다듬고 불 조절을 하는 과정은 고역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앞치마를 매고 칼질 소리를 들으며 집중하기 시작하자, 마법처럼 피로가 씻겨 나갔습니다.

이때 깨달은 것은, 제가 느끼던 귀찮음의 실체가 '피로'가 아니라 '새로움에 대한 두려움'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익숙하지 않은 일을 시작할 때 뇌에서 저항을 느낍니다. 그것을 '피곤하다'는 핑계로 포장하곤 하죠. 하지만 그 문턱을 단 10분만 참고 넘기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에너지가 솟아납니다. 귀찮음을 뚫고 시도한 요리 한 그릇을 통해, 저는 제가 생각보다 훨씬 부지런하고 자신을 돌볼 줄 아는 에너지를 가진 사람임을 확인했습니다.

 

4. 관계의 온도: 혼자 있는 시간과 함께하는 시간의 재발견


챌린지 마지막 날, 저는 '독서 토론 모임'에 온라인으로 참여했습니다. 평소 저는 혼자 있는 시간을 사랑하고 타인과의 교류를 피곤해하는 '내향인'의 전형이라고 자부해왔습니다.

하지만 모르는 이들과 책을 매개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며, 제 눈이 반짝거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타인의 시각을 통해 제 생각이 확장되는 경험은 혼자 책을 읽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지적 흥분을 주었죠.

"나는 혼자가 편해"라는 말로 스스로를 고립시켰던 것은, 어쩌면 진정한 소통에서 오는 상처가 두려웠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저는 '깊이 있는 대화를 갈망하는 사회적 존재'였던 것입니다. 내향성과 외향성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적 사고로 저를 정의하기에는, 제 안에 담긴 타인에 대한 호기심과 연결의 욕구가 너무나 컸습니다. 취미 하나를 통해 제가 지향하는 관계의 온도를 다시 설정하게 된 소중한 발견이었습니다.

 

마무리: 당신이라는 미지의 대륙을 탐험할 시간
일주일간의 짧은 여행을 마치고, 저는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직장에 다니고 똑같은 집에서 잠을 자지만, 세상을 대하는 마음가짐만큼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취미를 '시간을 죽이는 도구'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번 실험을 통해 깨달은 취미의 진정한 가치는 '나를 살려내는 도구'라는 점입니다. 매일 다른 취미를 해본다는 것은, 매일 다른 환경에 나를 던져놓고 내 영혼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하는 일입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적 기대에 오염되지 않은, '가장 날것의 나'를 만나게 됩니다.

 

"나는 원래 이래"라는 말을 버리세요.

"못 할 것 같아"라는 추측을 멈추세요.

"귀찮아"라는 뇌의 거짓말에 속지 마세요.

 

세상에는 당신이 아직 맛보지 못한 수만 가지의 즐거움이 있고, 그 즐거움마다 당신의 새로운 자아가 숨어있습니다. 거창한 챌린지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오늘 저녁, 당신이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사소한 일 하나를 골라 시도해 보세요.

익숙한 길에서 벗어나는 순간, 당신이라는 거대한 미지의 대륙이 비로소 그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그 발견의 기쁨을 누리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삶을 여행하는 가장 아름다운 방식입니다.